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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나 잊지 말아주라.”

“왜.”

“나도 내가 누나 곁으로 언제 올지 몰라서?”

 

 

미안해, 하며 태형이는 다영이에게 꽃을 건넸다.

그 꽃은 물망초였다.

 

 

“누나, 내가 잘난 사람이 되어서 더 멋있게 누나 앞에 나타날게요. 그때까지 나 잊지 말아줄래요?”

 

어딘가 슬픈 웃음이다.

근데 울면서 보내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다영이는 최대한 밝은 웃음으로 태형이를 보내주었다.

“잘, 조심해서 다녀와.”

 

 

 

 

 

 

 

우리의 처음은 그랬다.

주다영은 임용고시를 3번을 보는 참이었다.

지금의 주다영은 불안하고 초조했다.

 

“제발…..제발….!”

 

오늘 드디어 임용고시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그래서 주다영은 더 불안했다.

제발 마지막 임용고시가 되길 빌면서 결과창을 클릭했다.

 

3…2…1

 

결과창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라는 문구가 뜨고 몇 초 뒤, 주다영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거실에 있던 친구가 무슨 일이냐며 물어보자 주다영은 아무 말도 없이 벅찬 표정으로 노트북의 화면을 가리켰다.

 

친구도 그 화면을 보고는 똑같이 소리지르며 좋아해줬다.

그러자, 주다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나 합격이래…… 이거 꿈 아니지….?

 

주다영과 함께 있던 그 친구는 꿈이 아니라며 볼을 당겨주었다.

 

-아파……꿈 아닌 가봐!!!!

-응응 꿈 아니야.

 

부모님께도 이 소식을 전하였고, 부모님도 열렬히 축하해 주셨다.

 

 

주다영은 설렜다. 첫 발령이 났다. 

주다영에게 교사란 추억이라고 정의가 될 수 있다.

 

어렸을 적부터 가르치는걸 좋아하는 주다영은 중학생이 되어서도,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그 성격이 오래갔다. 진로희망을 적어서 내지 않았던 주다영은 교무실에서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던 도중 교대를 추천받았고, 결국 피나게 노력한 결과가 이랬다.

 

주다영은 참 행복했다.

 

처음 아이들과 인사하는 자리였다. 주다영은 떨렸지만, 많이 벅찬 자리였다. 그리고 꿈의 자리에 서게 된 주다영은 행복해했다.

 

담임을 맡게 된 주다영은 첫 조례를 마치고 교무실로 내려갔다.

주다영의 옆자리에는 김태형이 있었는데, 그는 교대를 나온뒤 단번에 임용고시에 붙었다고 한다.

주다영은 그래서 생각으로 ‘운좋은 자식, 아닌가 그만큼 공부를 잘했나.’

 

옆자리에 있던 김태형 선생님이 말을 걸어왔다.

-첫 조례를 끝낸 소감이 어때요? 많이 떨렸다는게 눈에 보이긴 한데 뭐…

 

주다영은 당황스러웠다.

뭐지 저 인싸는? 하며 태형을 바라보자 태형은 아무렇지 않다는듯 아차. 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2학년 담임을 맡고있는 김태형이라고 합니다. 과목은 과학이에요.

 

주다영은 차분히 대화를 이어나가는 김태형에 정말 많이 놀랐다.

주다영도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하고 자기소개를 이어나갔다.

-저는 주다영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2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구요. 과목은 수학이에요.

 

김태형은 놀랍다는듯이 주다영을 쳐다보았다. 그러고선 말을 건넸다.

 

-수학이요? 음….. 영어선생님인줄 알았거든요. 근데 수학이라니. 반전이네요 쌤.

-그런소리 많이 듣긴 했어요. 근데 저는 영어보단 역시 수학이 좋더라고요.

 

순간의 긴장이 풀렸다. 주다영은 수업을 올라가야해서 인사를 하며 사탕을 건넸다.

-고마워요 태형쌤.

-아니에요, 긴장 많이 풀린 것 같아서 저까지 기분이 좋아졌어요. 열심히 하고 오세요 저는 이번시간은 공강이라.

 

주다영은 첫 시간을 올라가야해서 먼저 후다닥 하고 올라갔다.

무표정이기만 했던 김태형은 주다영이 나가자마자 입고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게 한눈에 반한거라고 해야하나….? 정신줄잡아…김태형.

 

주다영은 종이 치고 여유롭게 들어왔다.

아이들은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눈빛이었다. 주다영은 차분히 인사를 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진도는 안나갈거라는 다영의 말에 아이들의 좋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떤 한 아이가 손을들고는 “첫사랑 이야기 해 주세요!”를 외치더니 다른아이들도 눈이 초롱초롱하게 변하는게 느껴졌다.

 

주다영은 이 상황이 난감했다. 연애를 안해봤거든.

-사실 쌤이….모솔이다 그래서 연애썰이 없어…ㅋㅋㅋㅋ

주다영이 웃었다.

 

아이들은 모솔이라며 놀렸다. 그러자 주다영은 반문했다.

 

-니들은 연애하냐? 똑 같은 처지에 있으면서 놀리기는ㅡㅡ

 

저들도 자존심이 상했는지, 저는 연애하거든요? 라고 하며 화기애애 하게 끝냈다.

 

-오늘은 여기서 일찍 끝낼게 조용히 자습하고! 종 치면 나가고!

 

 

 

 

 

 

 

.

첫날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주다영은 김태형 덕분에 무사히 긴장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주다영과 김태형은 부쩍 친해졌고, 같은 동네인걸 알아서 같이 차를 타고 출근을 하고, 같이 퇴근 하는게 일상이 되었다.

 

아이들 사이에는 둘이 사귀는 거 아니야? 라는 소문도 돌았지만, 두 사람이 격하게 아니라고 해명을 하며 다녔다.

 

오늘도 고통받는 두 사람이었다.

 

들어가는 반마다 “선생님 태형 쌤이랑 사겨요?” 라는 물음이 있었고, 주다영은 아니라고 부정을 했다.

한편 그 두사람이 있는 교무실에는 어느정도 눈차를 챈 선생님들도 계셨다.

주다영과 김태형 둘만 없는 시간에 선생님들은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태형쌤이 짝사랑하는 거 같죠?

-둘이 쌍방인 것 같던데요…?

-일단 퇴근하죠.

 

다른 선생님들이 일부러(?) 후다닥 퇴근을 해 주신 덕에 교무실에는 태형이와 다영이만 남았다.

 

태형이는 이게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일부러 퇴근하려던 주다영을 멈춰 세웠다.

 

-저 다영쌤 저……잠시만요!

-네…?

주다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태형을 바라보았다.

-저….저 쌤 좋아해요,진짜로.

김태형은 얼굴이 빨개졌다.

 

-어……. 어 네?

주다영은 갑작스러웠다. 뭐지? 싶었다.

 

-생각해보고 연락 줘요. 늦게 줘도 괜찮으니까요.

얼른 이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태형을 다영이 잡고 이야기했다.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처음엔 왜 이리 잘해주는지도 잘 몰랐고요. 근데, 그러면서 저도 어느샌가 선생님이 일상이 되었어요. 저랑 제 일상에서 함께해주세요. 이게 제 대답이에요.

-그럼 그 말은…좋다는 거죠?

 

-네.

주다영은 대답을 하고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김태형은 그런 주다영이 귀여웠다.

 

-가죠, 데려다줄게요.

-아,아, 네!

 

주다영은 얼굴이 빨개져있고, 정신은 멍했다.

그렇게 한참 둘은 서로를 쳐다보고있었다. 다영이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태형아,출발안해? 라며 싱긋 웃었다.

반면, 주다영의 그 말투에 머리가 더 복잡해진 태형이다.

 

 

 

 

 

.

어느새 사귄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아직도 태형이와 다영이는 서로를 사랑했다.

이미 사귄건 고백받은 한달 후에 아이들에게 들켜서 이도저도 안돼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둘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사귀면서 알게 된 사실이 너무나도 많았다.

우선 첫번째는 김태형은 과학 중독이었다, 두번째는 태형이네 부모님은 해외에서 일을 하고계셔서 사실상 한국에 있는 집은 태형이 혼자 쓴다.

태형이네 부모님은 외국에 있는 디자이너였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잘 못 뵈었다고.

 

 

 

 

.

태형이와 다영이는 수업준비도 철저히 하며 연애를 이어나갔다.

둘 다 교사이기에 아이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둘 다 노력했다. 항상 둘이 같이 연구하고, 같이 붙어 있다 보니, 수업스타일도 많이 닮아갔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둘의 수업방식이 굉장히 비슷하다며, 좋아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여름의 태양처럼 서로를 좋아했다.

요즘 태형이가 유학을 간다는 소리를 저 벽 너머 어찌어찌 들어버렸다. 주다영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맏고싶지 않았다. 아니 아니여야만 했다. 절망적이었다. 버림받은 기분이었다. 적어도 요즘의 주다영은 그랬다.

 

 

 

 

.

태형이가 약간은 아련한 눈빛으로 주다영을 바라보았다.

-누나, 나 잊지 않을거지.

-당연하지. 내가 널 어떻게 잊어.

-그럼 이 꽃 죽이지 말고 나 돌아올때까지 잘 갖고있어줘.

그 꽃은 물망초였다. 주다영은 마음의 준비를 한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태형이가 놀랄까봐 최대한 무덤덤하게.

-근데 왠 물망초…?

-누나, 나 유학 가. 오랜 꿈이었거든.

-태형이 오랜 꿈 이었잖아. 잘 다녀와. 너 안 잊고 살아가고 있을게.

-되게…무덤덤하네. 누나 이러니까 우리 연애 초반에 생각난다. 그때도 누나는 내가 상처 받는걸 더 싫어했지, 그래서 뭐든 혼자 이겨내려고 했고.

-그랬나…

-누나 이 꽃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또 하나는…

-진실한 사랑. 맞지?

-응.

 

 

 

 

주다영은 울지 않았다. 웃으면서 태형이를 보내주고 싶었다. 이 물망초의 꽃말처럼 정말 뜨겁게 사랑했고, 사랑 할 거니까. 

 

태형아, 아프지 말고, 잘 다녀와.

심심하면 페이스톡이라도 걸고. 

어디에 있던지 네가 보여주고 싶은곳이 있다면 언제든 전화하고. 

멀리 있지만 같은곳을 영상으로라도 바라봐줄게. 

우린 같은 하늘아래 있으니까. 그리고 정 안되면 내가 그리로 가면 되는거고.

 

많이 좋아해.

그리고, 사랑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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