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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트리거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읽기 전, 참고해주세요. (교통사고에 관한 트리거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날은 유독 비가 세차게 휘몰아치는 아주 추운 겨울이었다, 그날은 현진이와 나에 졸업식 날이기도 했다.

나는 찌뿌둥한 몸을 간신히 일으키고는 대충 준비를 하고 마지막이 될 교복에 넥타이를 올리며 창밖을 보니 아직도 비가 세차게 오고 있었다.

 

"오늘 같은 날도 비가 오네.."

 

나는 아무 겉옷을 챙겨서 우산을 챙겨서 나가려고 하는 순간 저번에 망가져 버린 검정 우산을 잡고 있는 나를 깨닫고 한숨을 푹 쉬고는 저번에 망가진 우산을 대신해서 산 편의점 로고가 적력하게 보이는 투명 우산을 가지고 나왔다, 학교에 가기 위해 매일같이 탔던 버스에는 오후라 그런지 사람이 없이 한가했다.

나는 비어있는 의자에 몸을 붙이고는 눈을 감았다, 피곤해서 그런 거는 아녔다. 그냥 그냥 눈을 감고 싶었다.

 

'이번 정류장은 00고등학교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어느새 바뀐 기계음에 익숙해져 버린 소리였다.

나는 내려서 우산을 피고 현수막이 쳐져 있는 꽃다발이 가득 있는 거리를 지나다가 걔가 생각나서 꽃을 살까 고민하다가 늦을 것 같아서 대충 걔한테 어울리는 보라색 튤립꽃다발을 구매해 버렸다, 도착하니 졸업식 하는 체육관으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에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체육관에 가니 몇몇 아이들은 꽃다발을 받았는지 가슴팍에 꽃다발을 들고 있었고 걔 역시 잘생긴 얼굴덕분에 많은 꽃다발을 받아서 내 꽃다발을 받아서 들을 손이 없었기에 나는 한숨을 한번 푹 쉬고 꽃다발을 그냥 가방에 넣었다.

 

"한승준!"

 

지루했던 교장 선생님에 연설이 끝나고 애들이 부르는 소리에 그 아이를 못 만나고 걔네한테 가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도 참 바보 같았다.

걔네랑 피시방에서 오늘이 졸업식이 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주 일상적인 하루였다, 그날 밤만 빼면 말이다.

그렇게 걔네랑 몇시간을 피시방에서 보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기억이 났다.

밤 9시 밤이 깊어지고 있었고 교복도 안 갈아입고 그냥 침대에 엎어져 있던 그 순간 너에게 전화가 왔다.

 

'승준야 나 네 집 근처야 졸업하는 날에 보고 싶어서 왔어 나와"

 

웃으며 통보를 하고는 내 의견도 안 듣고 그냥 끊어버렸던 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는 대충 접은 우산을 다시 집어 들고는 나가려는 순간 꽃다발이 생각났다.

보라색 튤립에 꽃다발을 가방에 있었기에 좀 시들시들 했지만 그래도 샀으니 걔한테 주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기에 그걸 손에 들고 걔한테 갔다.

 

"왔어?"

"응, 너는 무슨.."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했다, 그리고는 내 손에 있는 꽃다발을 보고 말을 끊고는 말을 했다.

 

"그거 나 줄려고?"

"응 맞아 아까 줄려고 했는데 많길래"

 

무미건조하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우산과 우산사이에 빈 곳으로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태형이는 받으며 고맙다고 했다. 우리는 아무 말이나 서로 주고받으면서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11시가 지나도록 얘기하다가 시간을 보고 서로 놀래며 다음에 보자는 간단한 인사를 하고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마음에 무언가를 아직도 쌓아두었다.

 

--

 

승준이와 헤어지고 길을 건넜다, 그리고 무언가 잘못된걸 깨달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아침에 검은 우산을 챙겨 나온 그 순산부터 잘못된걸까? 아님 내가 승준이를 보러 온 순간? 아니 그건 잘못이 아녔다.

나는 승준이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 왜 보고 싶었을까?

그냥 가슴이 승준이가 보고 싶다고 승준이에게 축하를 받고 싶다고 외쳐왔다, 너무 크게 외쳐서 오늘 내 일상생활에 피해가 될 정도였다.

 

"아... 오늘 운이 안 좋네••"

 

흐릿하게 들려오는 소리 나는 승준이를 만난 순간을 떠올려 봤다, 파란 하늘 애들에게 억지로 끌려온 운동장에서 다른반과 농구를 한다고 했고 나는 앉아서 그걸 보고 있었다. 그리고 승준이를 보았다.

푸른하늘 대충 셔츠 풀어헤치고 농구 하는 승준이가 너무 멋져 보였고 승준의 행동에 눈길이 갔고 계속 보고 있다 보다가 내 눈길을 눈치챘는지 걔는 날 보고 웃어 보였다. 그때부터였다, 걔가 보고 싶어지고 친해지고 싶다고 느낀 게..

 

지금은 파란 하늘도 아니고 너도 없다, 승준이가 준 튤립 이뻤는데... 그냥 승준이한테 간 게 문제는 없었다.

그냥 지금 당장 승준가 보고 싶다, 아직 못한 말이 있는데 그 말은 꼭 해주고 싶었는데..

 

"마지막까지 좋아했어 승준야....."

-

아주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태형은 아스팔트에 보라색 튤립을 품속에 안고 있고 우산은 태형이 튕기면서 저 멀리 아주 멀리 날아가버린 상황이었다, 우산이 날아간 태형의 몸은 피와 빗물에 젖었고 태형을 친 차는 태형을 뒤로 한 채 떠났다, 태형에 머리카락은 젖어 태형에 뺨에 달라붙었고 그렇게 몇시간이 지난 후 누군가가 신고했는지 구급차소리가 울려 퍼졌다.

차갑게 식어가는 태형이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사망신고를 했다.

그렇게 태형은 졸업식 날 다른 졸업식을 하게 되었다.

 

--

 

태형이에 죽음은 너무나도 컸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모든 게 내 잘못 같았다.

그때 내가 그렇게 안 보냈다면 늦게까지 만나지 않았으면 내 욕심이 태형이를 죽인 기분에 자책하였고

태형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운 적도 처음이였던 것 같다. 태형이는 아직도 내 곁에서 웃으며 전화를 걸어올 같아서 계속 태형이 번호로 문자를 했다, 몇 년 동안 말이다.

 

'태형아 오늘은 날이 맑아'

'태형아 오늘 비 온 데 우산챙겨 검정우산만 빼고'

 

그리고 술을 마신 날이면 밤늦게 문자를 보냈다.

 

'태형아 보고 싶어 졸업식 그날이 아직도 선명해..

네가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그립다'

 

나는 태형이를 좋아했다, 태형이가 죽은 후에 알았다.

내 마음속에 계속 쌓여있던 그 말을 말이다.

그 말을 할 수 있는 시간도 해주고 싶은 사람도 그 졸업식 날 그날그날 사라졌다. 그리고 장례식 그 후 태형이를 못 보러 갔다, 갈 수 없었다.

모든 게 내 책임인 것 같고 '태형이는 날 원망하며 죽었을까?'를 계속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태형이를 잊기 위해 누군가와 사귀고 했지만 그 자체도 내 죄책감을 더해주기만 했다, 누군가와 사귀는 동안 태형이를 잊을 수 없었다.

잊으려고 하면 더 생각나는 사람이 태형이였다, 태형이는 나에게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태형이는 종종 꿈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웃으며 뒷걸음질로 앞을 나보다 몇 발자국 앞에 있었다, 너무나도 그립던 손을 뻗으면 더 앞으로 가는 그런 꿈 그러다가 내가 넘어지자마자 웃으며 뒤돌아서 앞으로 가는 현진이에 뒷모습을 보며 울부짖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일어나면 늘 다시 문자를 보낸다.

 

'태형아 지금 막 네가 내 꿈에 나오더라... 근데 왜 이리 혼자 빨리가... 나 조금만 기다리지..'

 

보낸 후 한참을 울다가 더 나올 눈물이 없을 때는 식은땀을 흘려서 끈적해진 몸을 샤워를 하며 꾸었던 꿈을 잊으려고 애를 썼지만 태형이가 내 마음에 각인이 된 지금은 늘 괴로웠다, 씻고 나오면 냉한 몸에 따뜻한 곳을 찾아 들어갔다.

 

"나 왜 이리 힘들게 사는 거지.."

 

좋아하는 사람이 안 좋게 사라지니 너무 끔찍했고 그러면서 이렇게 힘들어하는 내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그러면서도 이런 마음을 했다는 거에 너무 힘들었다, 이불에서 나와 집에 있는 조그만 테라스에 나와 끊었던 담배 한깨비를 집어 들고 입에 물었다, 기름이 얼마 없는 라이터를 집어 들고 불을 피우고는 몇모금 빨고는 재떨이에 비벼서 끊고 의자에 앉아 빌딩 숲을 바라보고는 휴대폰을 켰다.

 

"태형아 보고 싶다.."

 

태형이를 그리워하고 그립다고 입밖으로 까지 말한 적은 맨정신으로 거의 처음이였다.

나도 알고 있었다, 그날 내가 태형이가 살아있는 나날중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라색 튤립에 꽃다발을 선물했던 그날 너와 웃고 얘기하던 그날 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그래서 더욱 그 마지막 웃는 얼굴이 기억에 각인되어있기에 더 힘들었던 것 같이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나는 어김없이 술에 취해 너를 그리워하며 너에게 문자를 했고 다음날 그때처럼 몸은 찌부등했고 숙취때문에 속은 울렁거렸다. 그렇게 침대에서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었다.

 

'띠링'

 

그 짧은 문자울림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문자를 보자마자 태형이에게 가기로 마음먹었다.

 

--

 

승준는 최대한 빨리 씻고 정장을 입고 안뿌리던 향수를 뿌리고 길을 나섰다, 민호는 나가서 그날 처음 보는 하늘은 비가 올 것 같이 먹구름이 가득했다.

승준는 차에 몸을 실고는 시동을 걸고는 가까운 꽃집에 들어와서는 보라색 튤립 꽃다발을 구입하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승준에 차는 산을 오르고 올라서 세우고 걸어서 더 걸어서 한 무덤에 도착했다.

승준에 눈은 눈물을 참는듯이 충렬되고 하늘에서는 비가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져 내려왔다.

승준는 투명우산을 피고는 촉촉해진 잔디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그리고는 옆에 들고 있던 보라색 튤립에 꽃다발을 놓고는 입을 때며 말을 했다.

 

"많이 늦었지? 여기까지 올 자신이 없더라고 이 문자 볼 때까지 말이야"

 

하며 휴대폰을 키고 화면을 무덤 쪽에 비쳤다.

 

'죄송합니다... 저는 태형씨가 아니라서요. 태형씨가 보고 싶으시면 보러 가세요..'

 

그 문자에는 오지랖이라는 게 잔뜩 묻어있었지만 승준는 그걸 보자마자 여기에 왔다. 그렇기에 그 문자는 승준를 바꿀 수 있는 문자였다는 게 확실해졌다. 그리고 자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나 참 바보였지? 나도 알아... 너가 너무 보고싶어... 처음에는 친한 친구를 잃어서 이런가 했는데 아니야..

나 처음 널 본 순간부터 널 좋아한 것 같아 그래서 더 힘들었어 네가 날 원망하며 죽었을까봐... 사랑해 태형아 내가 너한테 꽃다발 줄 때마다 비가 오네... 네가 내 마지막 사랑이었어."

 

눈물을 참으려고 하는지 말이 끝으로 갈수록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말이 끝나자마자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닦느라 바빠진 손은 결국 우산을 놓치고 말았다.

승준에 검정 코드와 검정 머리카락은 젖어가기 시작했고 한동안 아무소리없이 울고는 눈물이 멈출 때쯤 다시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에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을 하였다.

 

"네가 살아있을 때 고백이라도 할걸... 이렇게 후회되고 힘든데 네가 죽기 전에 차이기라도 했으면 그래도 이렇게 힘들었을 것같아... 그리고 평생 너만 좋아해... 내게 남은 삶에 그 누구도 너를 대신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렇게 말을 끝내고 놓쳤던 투명한 우산을 집어 들고는 이미 젖어서 쓸 필요성이 없지만 승준는 쓰며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 온 게 기적이야...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여기 올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냥 죽도로가 보고 싶을 때 이제는 너에게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승준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 차에 몸을 싣고는 젖은 머리를 핸들에 박고는 처량하게 울고 울음이 점점 멈출 때 시동을 키고 창문을 열고는 손을 밖으로 내밀면서 빗방울을 맞다가 무언가 다짐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는 차를 운전을 시작하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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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지나고 몇 달에 한 번씩 현진이에 무덤에는 보라색 튤립에 꽃다발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꽃다발은 늘 조금씩은 적어있었기에 아마 비가 올 때마다 놓여있는 것 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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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

보라색튤립: 영원한 사랑 영원하지 않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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